워싱턴주 농업의 중심지인 야키마 밸리가 4년 연속 이어진 가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민들은 물 사용을 줄이고 농사를 포기하는 땅을 늘리는 등 버티기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인 물 부족이 농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올해 봄 야키마 지역 관개구역 농민들은 지난해 정상 수준의 40%에 불과했던 물 공급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대비했다. 농민들은 일찌감치 물 사용을 줄이고 일부 농지를 휴경하거나 물이 덜 필요한 작물로 전환했다.
이 같은 노력과 일부 기상 여건 덕분에 올해 상황은 당초 우려했던 최악의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적인 농사를 짓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야키마강 유역 질라에서 4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태너 윙클러는 “이것이 새로운 일상이 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반복되는 가뭄에 우려를 나타냈다.
가뭄 장기화에 농산물 가격 부진과 비료·경유·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야키마에서 4대째 농사를 이어오고 있는 태너 윙클러는 최근 6~8개월 사이 농지를 임대하거나 매각하겠다는 주변 농민들의 제안을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키마 일대에서는 수백 에이커 규모의 과수원을 갈아엎거나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뽑혀 나온 사과나무와 체리나무가 농장 곳곳에 쌓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윙클러 가족은 400에이커가 넘는 농지를 소유하면서 알팔파와 밀,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소도 키우고 있다. 물 공급량에 따라 재배 작물을 조절하고 물을 땅 가까이 공급해 바람과 증발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관개시설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좋은 윙클러 농장조차 수익성이 빠듯하다고 호소한다.
야키마 밸리는 사과와 체리 등 워싱턴주의 대표적인 농산물이 생산되는 핵심 농업지역이다. 비옥한 토지를 갖추고 있지만 농업용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가뭄의 영향은 농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여름 부족한 수분과 건조한 환경은 산불 위험을 높였고, 주 전역에서는 대형 산불로 수백 채의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 저수지와 하천 수위 역시 평년보다 크게 낮은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가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다.
워싱턴주 기후 전문가들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워싱턴에서는 평년 물 공급량의 75%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적설 가뭄’이 10년 가운데 약 7년꼴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늦여름 비가 내리면서 단기적으로는 다소 도움이 됐지만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다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 산악지역에 얼마나 많은 눈이 쌓이느냐가 내년 농업용수 확보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주 농민들에게 이제 가뭄은 한 해만 견디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농사를 어떻게 계속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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