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이 한층 보수적이고 불안정한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근로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 아마존 본사의 직원들 모습 (Photo: Amazon)
14일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최근 “잡 허깅(Job Hugging)”이라 불리는 경향, 즉 불만족스럽더라도 현재 직장을 떠나지 않고 버티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잡 호핑(Job Hopping·이직을 통한 연봉 상승 추구)’이 활발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컨설팅 기업 콘 페리의 수석 파트너 맷 본은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근로자들이 더 높은 연봉을 찾아 과감히 회사를 떠났지만, 지금은 물가 상승과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성을 붙드는 분위기”라며 “이로 인해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고 혁신도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레주메빌더(ResumeBuilder.com)가 지난 8월 미국 근로자 2,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46%가 “잡 허거(Job Hugger)”로 분류됐다. 이들 중 95%는 “불안정한 노동시장 상황”을 이직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리서치 업체 이글힐의 조사에서도 미국 근로자 대다수가 향후 6개월간 현재 직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퇴직율은 팬데믹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021~2022년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기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런던 UCL 경영대학원의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인공지능·자동화가 일자리 불안을 키우는 상황에서 직장을 더욱 꽉 붙잡으려는 심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잡 허깅’이 개인과 기업 모두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채용사 서밋 그룹 솔루션스의 제니퍼 실케 CEO는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유독 강한 직장 문화가 겹치면 근로자들은 성장을 멈추고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 플랫폼 ‘임플로이먼트 히어로’의 케빈 피츠제럴드 전무는 “잡 허깅은 장기적으로 경력 정체를 초래한다”며 “특히 젊은 세대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회복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클로이 카마이클 박사 역시 “좋은 직장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건강한 선택이지만, 공포와 결핍 심리에서 비롯된 잡 허깅은 불안정한 환경에 스스로를 가두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잡 허깅이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 문제 보고 기피, 열악한 근로조건의 고착화, 혁신 저하 등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고용시장에서 이직보다 ‘자리 지키기’가 두드러지는 현상은 기업에게도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인재가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도와 생산성이 낮아지는 “마지못해 남은 근로자(reluctant stayers)”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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