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대표적인 백화점이 있는 명동을 지나면서, 백화점의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설치해 영상을 띄우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가 백화점 외관을 빛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연말연시 백화점이니 그렇겠구나 하고 지나갔다. 그렇게 일상처럼 백화점을 잘 구경하고 왔는데, 귀가해서 보니 내가 지나친 백화점의 애니메이션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MZ 세대에 의해 SNS에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서 접했다.
S 백화점과 L 백화점이 경쟁적으로 멋진 영상을 송출하여 연말연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나는 널찍한 벽면의 특징을 살린 L 백화점의 영상을 오래 감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와는 달리 같은 시각 S 백화점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언제부턴가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이 잘 안 된다. 후보가 많으니까 과반수도 얻기 힘들고 근소한 차이라도 다득표자가 선출되니, 나처럼 자기가 찍은 사람이 당선되지 않는 투표자가 더 많겠지만, 그래도 나의 선택이 자꾸 소수 의견으로 밀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그보다 더 소수 의견일 수 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연말연시에 전등 줄로 감겨있는 나무를 보면, 나무가 아플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한다.
겨울나무의 꺼먼 껍질로 둘러싸인 나무토막을 작은 전구의 장식으로 빛나게 해줘서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나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민감함이었다.
나무에 감겨있는 불빛을 보고 어떤 사람은 전기 소비를 걱정하고 어떤 사람은 전선에 조여있는 나무를 걱정하고 사람들은 다 각자의 경험과 배경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한다.
명동 입구에서 어떤 노란 조끼를 입은 여성이 전단을 주길래 홀리데이 시즌에 무슨 투쟁일까 싶어 자세히 보니 간호법 제정 등을 위한 ‘간호사가 안전해야 국민의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된 협회의 성명서였다. 그들은 관심을 갖는 행인에게 커피를 무료로 권하면서 필요에 따라 설명을 보충해 주기도 했다.
백화점 애니메이션에서 시위의 커피까지 자꾸 시선을 끄는 한국의 모든 분야 중 또 나아간 한 조각을 보는 느낌이다.
(이 글은 2021년 12월 31일과 2022년 1월 3일 명동 탐방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