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17년 6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강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있다. /연합뉴스(아시아투데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난 것으로 나타나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전세계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에서 주무 부처 수장의 가족이 여행을 목적으로 출국한 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다.

강 장관은 남편의 미국 방문이 논란이 되자 4일 즉각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회의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방송(KBS)은 지난 3일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여행 목적을 묻는 KBS 취재진에게 “그냥 여행 가는 건데. 자유여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KBS 화면 스크린캡처)

이 교수는 미국에서 요트 판매자를 만나 요트 거래를 한 뒤 해외여행을 다닐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출국 전 자신의 블로그에 “유럽에 있는 뉴욕 알루미늄 보트 ‘캔터51’ 선주의 답이 왔다. 10월 3일에 보자고 한다”며 미국에서 요트를 구입해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계획을 적었다. ‘캔터51’은 약 15ｍ 길이의 세일링 요트다.

이 교수의 미국행이 논란이 되는 것은 정부가 지난 3월 23일부터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해외 감염과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권고 취지를 고려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해외일정 연기·취소 지침을 따르고 있다.

여야도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여행을 목적으로 출국한 이 교수를 향해 너나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하신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며 “부적절한 행위를 하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부 지침에 따라 고향으로 갈수도, 부모 자식간의 정도 마음 편히 나눌 수 없었던 추석이었다”며 “국민에게는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고 틀어막으면서 장관 가족은 ‘내 삶을 다른 사람 위해 양보할 수 없다’며 유유히 출국했다”고 비판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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