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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찬의 등반기] 콜척패스 산행

조이시애틀뉴스 | 2020/06/11 23:14


계절의 여왕 5월이 소리 없이 지나갔다. 코로나19의 위력은 잔인한 4월을 지나치며 약 한달 이상 위세를 떨치더니 서서히 세력이 약해져 간다. 살아남기 위하여 멈춰 섰던 것들이 살기 위해서 다시 움직임을 시작한다. 스테이 홈 명령으로 칩거하던 이들에게 일반적인 야외활동이 허락되며 6월의 싱싱한 초록을 만끽하려는 갇혔던 자들의 몸부림이 활기차다.


구슬땀을 흘리며 몸이 살아 있고, 고통을 견디어 낼 수 있는 뭔가 강한 작용이 필요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생활은 근면과 성실이 몸에 배어 있다 해도 ‘나태’라는 유혹은 ‘넥플레스’라는 거대 공룡 기업의 달콤한 활동사진 등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편 나이 들어 뉴스만을 보던 습관도 한집 사는 동지를 위하여 채널 선택권을 이양하고 따뜻한 차 한잔 건네는 고마움에 옆에 붙어 말동무라도 하며 함께 테레비를 보는 순간 한류 드라마라는 요상한 마력에 아차 하면 빠져들게 되어있다. 제대로 살길은 일단 집을 뛰쳐 나가는데 있다.


그러나 이 길 역시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보다 자칫하면 살아있는 집의 권력자에게 먼저 초달을 당할 수도 있는 험한 길이다.


6월의 첫 주말에 대원들을 소집했다. 올 시즌 레이니어 정상을 도전할 대원들과 함께 훈련 산행의 일환으로 13시간 이상의 고난도 트레일을 오르며 그동안 잠자던 체력을 테스트해볼 산악회원들은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고 그 장소로 미국 내 3대 트레킹 코스의 하나인 ‘엔차인먼트트랙’을 올라가는 콜척레익 위 콜척패스를 훈련산행 대상지로 정했다.




트레일 헤드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여 빨리 돌아 내려오면 저녁 7시 정도 되는 상당히 힘든 코스다. 의외로 체력테스트를 신청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시애틀에서 출발하는 대원들은 새벽 4시에 집결하여 트레일헤드로 향했다. 아마 각자의 집에서는 새벽 2시부터 일어나 준비 했을 터이니 열정이 대단하다.


시애틀에서 보는 오월의 하늘은 채 끝내지 못한 빗줄기로 잿빛이고 유월의 하늘은 빗물에 씻긴 하늘이라 짙푸른 색이 더해진 진청색 하늘이다. 흘러가다 멈춘 흰 구름은 간간히 그늘을 만들어주어 유월 따거운 햇볕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은 누구나 공제 선상에 서면 아름답다.


배경 있는 든든한 하늘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트레일헤드에서 이곳 콜척레익까지만 산행을 하고 돌아 내려간다. 땀 흘리며 올라서 검은 바위산과 남아있는 빙하 그리고 호수의 야릇한 색감을 보는 순간 누구나 힘들여 올라온 보상을 받았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빙하를 안고 있는 호수의 물색이 형언 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은 빙하 퇴적물 중 물 속에 떠있는 작은 입자가 햇볕을 받으며 무지개의 일곱 빛깔 중 파.남.보 만 유별나게 빛 반사를 해서 야시시하게 보이는 과학적이지만, 참 썰렁한 지식으로 콜척 호수 평화로움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재를 뿌린다.


이곳에 올라 살아있는 그리고 소변보기만을 기다리며 졸졸 따라다니는 산양을 만났다면 그건 덤이다. 순한 양이 아니기에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헬멧을 쓰고 크렘폰을 착용하고 각자 앞사람의 발자국을 밟으며 첫 번째 눈 고개를 넘어 베이스캠프까지 오른다. 콜척레익을 따라 돌아서 첫 번째 만나는 거대한 협곡은 콜척 패스로 올라가는 루트 이고 호수를 더 따라 돌아 거대한 돌멩이 ‘드레곤테일픽’ 을 지나쳐 오르면 북구신화 신들이 사는마을 ‘아스가라’ 패스를 올라가 평균 2500미터 고지대 암반 평원인 ‘엔차인먼트’ 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매년 2월 말 로터리 추첨을 하여 제한된 인원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바위와 자갈 돌덩어리 얼음과 눈들이 쌓여 거대한 안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 올라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다시 힘을 얻은후 패스까지 올라갈 대원들은 3개 조로 나누어 로프를 서로 묶어 안전을 대비하고 이곳에서 쉬다가 먼저 내려갈 회원들은 남은 간식을 나누어주며 서로를 격려한다.


이미 6시간을 걸어 올라왔으니 몸은 천근이다. 빤히 바라다보이지만 아직도 2시간은 더 올라야 패스 정상이다. 인간에게 자유란 할 수 있는
자유와 하지 않을 자유 둘 다 소중하다. 고생하며 예까지 올랐으니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인데 같이 오르자고 하는 권유는 참 아름답다. 고맙지만 여기서 쉬다 그냥 내려가겠다고 거절 할 수 있는 자유도 용기 인 것이다.



푸른 하늘 빛이 보이면 정상이다. 넓었던 호수가 손안에 들어오면 정상이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더이상 못 갈 때쯤이되면 정상이다. 복잡했던 머리와 답답했던 마음이 비워지면 정상이다. 그 정상에 서면 웃음이 피어나고 빠졌던 힘이 돌아오고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지고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진다. 우리들의 정상은 올라도 올라도 하늘 아래 존재한다.

 


 

 

글 염승찬 (사진 신혜숙)
산악문화 칼럼리스트 

산행문의: ekorea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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