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걸 전 평통 시애틀협의회 회장.

시애틀한인회장을 역임한 오준걸(81) 전 평통 시애틀협의회 회장이 이산가족의 한사람으로 월남한지 반세기만에 북한을 두차례 다녀오며 목격한 현지 친척들의 힘겨운 생활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놨다. 오랫동안 한인사회 봉사에 앞장서온 오 전 회장은 조이시애틀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렵사리 유학와서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고난과 비정부기구 대표로의 북한 방문, 남북한 통일에 대한 소견 등을 얘기했다.

미국에 유학오실 당시 얘기 좀.

1963년에 문교부에서 시행하는 유학시험에 덜컥 합격한 후 큰맘 먹고 유학길에 나섰다. 당시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P)이 65달러에 불과할때 였는데 미국으로 오는 편도 항공료가 300달러로 엄청 비쌌다. 항공편 대신 다른 유학생 11명과 함께 75달러의 승선료를 내고 미국 군함을 타고 요코하마를 거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한양대학교 건축과 3학년 재학 중 유학길에 나서 유진의 오리건대학(UofO)에 입학해 건축을 전공했다. 졸업 후 LA 설계사무소에서 한동안 근무했지만 영어가 너무 어려워 영어 공부를 위해 다시 대학을 다니기도 했다.

몇번 방문했던 시애틀의 분위기에 매료돼 결국 시애틀 직장으로 옮겨왔다.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병원, 대학, 고등학교 캠퍼스 설계 업무를 담당하면서 업무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부담이 덜한 그룹헬스 설계 컨설턴트로 자리를 옮겨 일했다. 그러던 중 호텔 비즈니스를 하는 처가의 권고로 1989년에 유학을 시작한 유진으로 내려가 할리데이인 호텔을 구입해 12년간 경영했다. 하지만 함께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이민생활을 이겨냈던 부인과 사별한 슬픔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2002년에 가족이 많이 살고 있는 시애틀로 다시 돌아왔다.  

시애틀한인회장과 평통 시애틀협의회 회장도 역임하셨는데.

시애틀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1972년부터 한인회 활동을 했다. 당시에는 공항픽업이나 안내 그리고 학교나 병원 통역으로 한국에서 새로 오는 이민자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다 오규희 박사의 권유로 1987년에 제15대 시애틀 한인회장을 맡았고 1976년에는 한인회 이사장도 지냈다. 통일문제에 관심이 있어 평통 시애틀협의회 2기부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오리건주로 내려가는 바람에 활동을 중단했으나 시애틀로 돌아온 후 활동을 재개, 결국 평통 15기에 회장을 지내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시애틀에서 성공적으로 호텔을 경영하고 계신데.

노스 시애틀 할리데이인 호텔이 들어선 자리는 원래는 모빌홈이 있는 상업지구였다. 그러나 시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지로 용도를 변경, 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었다. 올림피아의 주 대법원에 항소했는데 결국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 판결이 나오자 시애틀시와 킹카운티가 용도를 상업지구로 원상복귀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객실 102개의 호텔을 짓게됐다.

하지만 호텔공사가 한창인 2001년에 9·11 테러가 일어났다. 이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지 두달 뒤에 할리데이인 호텔을 완공했으나 미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객실 점유율이 30%~40%에 불과할 정도로 비즈니스가 안돼 3년간 심한 고생을 했다. 그뒤에 대불황으로 다시 호텔사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작년과 재작년에는 경기가 상당히 좋았다. 이제 시애틀은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밀려오고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고 아들(로널드 오 매니저)이 호텔을 잘 운영하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2년전에는 아들이 할리데이인 전세계 체인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경영실적을 올려 상을 받았다. 회의실 등 호텔 부대시설은 한인커뮤니티에는 청소비만 받고 사실상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월남한 이산가족으로 북한에도 다녀오셨지요.

우리는 불행히도 이산가족이다. 어린시절 황해도 신천 구월산 밑에서 살았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칠 무렵인 15살때 6.25전쟁이 났고 1.4 후퇴때 형님 두분과 함께 월남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만 15살이면 인민군에 징집됐다. 우리 가족은 지주라는 명목하에 핍박을 받았지만 부모님은 고향을 지켰고 누님도 함께 북한에 남았다. 
50평생 한이 북한에 계신 부모님 소식조차 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던 중 비정부기구(NGO)인 '월드 컨선'이라는 세계구호개발단체에서 통역관 겸 감리사로 북한을 방문하자고 제의해와 이를 선뜻 받아들여 1998년과 2000년에 각각 일주일씩 평양을 다녀왔다. 구호단체가 제공한 원조물자의 보급현황을 확인하러 간 것이다.

북한의 가족은 만나셨는지.

처음 평양을 찾았을때는 북한측이 궁금했던 가족의 생사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2년 뒤 다시 방문했더니 그때는 가족이 살아 있다고 알려줬다. 우리 가족은 재산가에다 교육을 받았고 월남한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정치수용소로 끌려가 감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철산이라는 곳의 한 여관에서 반세기만에 조카 둘을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화는 제대로 못하고 안부를 물으며 울다가 말았다.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신 것도 그때 확인했다. 북한을 다녀와서는 반세기동안 나를 괴롭혔던 이산가족의 악몽은 사라졌다. 당시에 아내는 내가 돌아오지 못할까봐 한사코 방북을 반대했었다.

NGO 대표로 갔기 때문에 북한에서 차관급 공무원도 만날 수 있었는데 원조를 요청했다. 주민들의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더니, 평양 근처의 한 아파트를 보여줬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는 그런 아파트였고 집안의 시설도 열악했다. 월드 컨선에서 영양제, 밀크, 약품 등 구호물품을 많이 보냈는데 어디로 갔는지 확인 할 수 없었다. 북한을 다녀와서는 총영사관에 들러서 당시 문병록 총영사에게 북한 방문에 대해 보고했다.

2001년에는 만주에 가서 탈북한 손자를 길림에서 만났는데,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사실도 모르고 남한 사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 손자는 결국 체포돼 한동안 옥고를 치렀다고 전해 들었다. 다음해인 2002년에 유진에 있을때 북한에서 편지를 보내왔는데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프로젝트에 2백만달러를 투자하라고 제의했다. 너무나 황당한 내용이어서 그후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남북통일에 대한 소견은.

남북한 통일은 평화통일이 바람직하다. 어떠한 전환점이 있어 평화로운 통일이 이뤄지면 좋겠다. 북한을 다녀왔을때는 돌아와서 한동안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북한에서 만난 친척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서 입고 있던 옷마저 다 벗어주고 왔다. 한인들은 북한을 다녀와도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우려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북한에서 시애틀 한인들 사정도 너무 잘알고 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고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

친구들을 만나고 한인단체 모임에도 종종 참석하지만 본업이었던 호텔경영은 아들에게 완전히 맡겼다. 별다른 계획은 없고 텃밭을 가꾸고 간간히 여행을 하며 건강하게 생활하기를 원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산책을 즐기는 편이고 아내가 신경을 써서 건강식 요리만을 챙겨줘서 늘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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