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요즘 외국인이 많이 눈에 띠지만 단체 여행자들이거나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는 그냥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는 정도로 환영 인사를 대신한다.

그런데 오늘은 우연히 외국 관광객을 두 팀이나 만나 가벼운 대화를 했다.

한 팀은 내가 운동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던 중동계 남성인 듯 했다. 운동을 마치고 자세히 보니 남녀커플로 한 사람은 스카프로 머리를 싸고 있었다.

구경 나온 분들 같아서 가볍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으니까, 뉴질랜드에서 온 사우디 아라비아 사람이라고 한다. 날씨가 춥지 않냐 뭐 등등 가벼운 이야기를 몇 마디 하다가, 한국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뭐냐고 물으니, 대중교통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다소 의외였다. 외국인이 이용하기에 아직 영어표기가 안된 곳도 많고 이래저래 복잡하지 않을까 싶었기에 대중교통이란 게 그렇게 좋은 인상을 줄지 몰랐다.

그런데 잠시 후 화장실에서 20대 서양여성 2명을 만났는데 화장을 고치는 거울 앞에서 또 한번 말을 걸어 보았다. 그녀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분들이라는데 이번에는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혹시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좋은 점은 역시 대중교통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안 좋은 점이라면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 부끄러워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만히 한국의 대중교통을 복기해보았다. 돌이켜 달라진 좋은 점이 있다면 일단 한국의 버스나 지하철을 보면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난방이 기본으로 잘 되어 있다. 두 번째로 교통 카드 사용이 편리하다.

일정한 종류의 카드 만 있으면 어떤 버스 든 카드로 결재가 되고 같은 교통 카드로 환승과 지하철 이용이 가능하다. 카드로 택시도 결재가 가능하다. 세 번째로는 각 정류장마다 전광 안내판이 있어 내가 탈 버스가 이 정류장에 몇 분 후에 올 것인지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아주 편리하다. 그런데다 버스나 지하철의 차 자체가 새 것이 많다. 어떨 때 지하철에 들어가 보면 너무 깨끗하고 밝아서 누구네 응접실에 들어선 것 같이 쾌적함을 느낄 때가 있다.

노약자석과 임산부 배려석도 따로 표시해서 구분 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외국인이 보면 차비가 싸다고 한다. 거기에다 주요 노선과 연결된 마을 버스까지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서울 대중교통의 주거지 접근성은 과연 편리했을 것이다.

시설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당연히 누리는 데 익숙해지다가 외국인들이 말해주니까 새삼 고마운 줄 알 것 같다.

혹자는 대중교통에서의 에티켓을 많이 지적하는데 내 눈에는 모두 좋은 것 만 보인다. 아침에 그것도 출근 시간에 대규모 주거단지에서 시내를 지나는 전철을 한번 타 보고 그 안에 밀착해서 힘겨운 출근을 해보고 각자가 느끼는 소감을 한번 들어보고 싶다.

내가 겪은 지하철 칸에서의 아침은 가장 단정한 복장과 깨끗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내 앞의 사람에게서 방금 세수한 비누 냄새나 머리 샴푸 냄새가 나기도 하고 피곤한 가운데 서둘러 옷을 여민 사람들도 만난다. 먼저 내리면서 아내에게 진한 아침 이별의 눈길을 보내는 젊은 남편도 노출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끼어서 지하철 칸을 채우고 있는 데 지하철 안에서 향그러운 냄새가 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그럴 수 있을까,,, 어디선가는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수준의 위생 관념과 자기 관리가 된 나라 사람들도 흔하지 않은 거 같다.

과학기술이 이룬 미래는 이미 한국의 대중교통의 체계로부터 점화되는 것일까?  이러한 풍요한 시설 속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포근하고 인생도 달콤하게 가꿔나갈 수 있기를!

기사/사진=신순영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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